
스포일러 있습니다. 영화 보고 오세요.
백룸 영화 보고 들어오셨겠죠?
저는 너무 재미있게 봤는데... 뭔가 결말이나 중간에 여러 요소들이 뭔지 모르겠더라구요. 백룸 이라는 컨셉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런지...? 그래서 이것저것 찾아본 걸 정리해봤습니다.
백룸이란??
백룸은 원래 2019년에 4chan에 올라온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된 인터넷 밈입니다.
텅 빈 노란 카펫, 형광등, 아무도 없는 복도. 그 사진 하나가 퍼지면서 사람들이 "이 공간에 갇히면 어떻게 될까"라는 설정을 붙이기 시작했고, 그게 지금의 백룸 세계관이 됐다고 합니다.

영화 감독인 케인 파슨스는 이 밈을 십대 때부터 유튜브 단편으로 만들어왔는데, A24가 그걸 보고 스카우트해서 장편으로 만든 게 이번 영화입니다. 감독이 영화 개봉 당시 고작 20살이었다니,, 난 20살때 뭐했지,,
그리고 백룸에 들어온 사람들의 "공간의 기억"이 백룸에 재현된다고 합니다. 기억이기 때문에 확실하지 않고, 그래서 뭔가 조금 나사 빠진 형태의, 이상한 구조와 모습으로 백룸에 나타나는 것이죠.
그렇다면 괴물? 들의 정체는?
영화 보면서 제일 궁금했던 부분입니다. 대충 인물들과 관련된 것들, 기억과 관련된 것들이 형상화 된 것이라는 느낌만 있어서, 구체적으로 찾아봤습니다.

Still Life (정물화)
케인 파슨스는 이런 괴물?들이 뭐냐는 질문에 디스코드에서 still life 라고 표현 했다고 합니다. 정지해 있는 물체를 그린게 정물화 (still life) 인데, 그 의미로 말한 것인지, 혹은 아직 life 가 있다는 뜻의 still life 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른 사물들과 마찬가지로, 공간에 진입한 인간의 기억과 신체를 스캔해서 복제하는데, 그 복제가 제대로 안 돼서 저렇게 기형적으로 나오는 것이라고 합니다. 얼굴이 뭉개져 있거나 비율이 이상한 이유. 그리고 그 사람이 빠져나가도 복사본은 그대로 백룸에 남아 있는다고 합니다.

캡틴 클락
캡틴 클락도 still life 의 일종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다른 still life 들과는 다르게, 공격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심지어 영화 마지막 장면의 MRI 에서는 인간과 비슷한 두뇌와 척추 등을 가지고 있었고, 여주인공이 공격했을때 피를 흘리며 아파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다른 정물화들과는 달랐죠.
이건 단순한 클락의 복사본이 아닌, 감정이 실체화 된 엔티티 (백룸의 존재들을 부르는 용어?) 라고 보입니다.
극중에선, 클락이 여주인 메리를 백룸에서 다시 만나기 전에는 클락과 같이 존재하며 공격성을 보이지 않았는데, 메리를 만나고 클락의 심경이 변하자 갑자기 클락을 죽이고 메리까지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뭔가 과거의 감정 그 자체인 캡틴 클락에게 변한 클락은 존재하면 안되는 존재, 마찬가지로 변하게 만든 메리도 적이라고 인지한게 아닐까 싶습니다.
다른 재미있는 가정 중 하나는,
캡틴 클락이 진짜 클락이고, 마지막에 나오는 클락은 가짜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백룸에 계속 있었던 클락이 감염되어 캡틴 클락이 되어 버렸고, 클락처럼 보이는 것은 뭔가의 복제품일 수도 있다는... 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Async
영화 중간중간에 "Async"라는 조직 얘기가 나옵니다.
필 이라는 인물이 이 조직 소속인데, 원래 MRI 기기를 만들던 회사였다가 어떤 경위로 백룸의 존재를 알게된 설정입니다.백룸 내부에 전초기지를 만들어 연구 중인 듯한 모습.

영화에서 Async가 왜 백룸을 연구하는지, 목적이 뭔지는 명확히 나오지 않습니다. 원작 유튜브 시리즈에서는 백룸을 물류 운송에 활용하려 한다는 설정이 나오는데, 영화에는 다른 내용은 없는듯 합니다.
결말 해석
저는 단순하게 메리는 탈출했지만 밖으로 못나가는 거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해외 기사중에 흥미로운 해석이 있어서 가져왔습니다.

해석 1. 메리는 진짜 탈출했다
일반적인 결말 해석입니다. 메리 본인은 빠져나왔지만, 백룸에 들어갔기 때문에 복사본이 생겨서 그게 안에 남아있다는 결말.
해석 2. 탈출한 메리가 사실 복사본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본 메리 자체가 이미 복사본이고, 진짜 메리는 여전히 백룸에 갇혀있다는 해석입니다. 필이 질문에 대답 안 한 것도 복사본이라 제대로 된 대화가 안 된게 아니냐는 것이죠. 마지막에 방 자체가 백룸으로 편입되어 있는 장면이 이 결말과 맞기도 하구요.
어느쪽을 의도했든...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게 만들어서 상상력을 자극하는게 백룸이라는 소재의 재미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